세상 구경

북경 출장 (2009년 4월)

androbook 본캐 2010. 1. 20. 15:12
북경 출장...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소머즈가 되어야 했던 이 출장에서 대게는 3일이면 한 번씩 다리 뻗고 잘 기회가 주어졌다. 우째 잊으리. 할할할. 대한민국에서 IT 개발자로 일한다는게 참... =_=

1. 공항에서 달리다.

일본 여행 3회에 출장 1회, 그리고 1년여간의 알바덕에 공항이라는 곳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의 게으름이. 비행기 출발 1시간전에야 내 발을 공항에 디딜 수 있게 만들었다 -_-;;; 티켓을 보여주던 순간 안내원 언니의 표정... 잊을 수가 없다. "좀 달리셔야겠어요... ^^ (방긋)" . 아할할할. 이번 출장은 거래처가 아닌 울 회사에서 나오는 출장비로 가는 터라, 비행기도 가장 싼 남방항공을 타게 되었다. 가장 싼 비행기라 함은, 타기 위해 가장 멀리 가야 하는 비행기의 다른 말과 같다. 티켓팅을 하고, 공항내 순환 열차를 타고 가서, 긴긴 통로를 지나 가장 끝 게이트. 헉헉헉. 보통은 비행기 탑승 후 한참을 기다려야 출발을 하는데, 탑승 후 오마니께 공항에 잘 왔다고 알리는 전화를 함과 동시에 비행기가 출발을 했다 -_-;;;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좀 돌리고 있자니 급 피곤해짐과 동시에 잠 들었다. (생각해 보면 이때라도 자 두길 다행...) 혼자 떠나는 출장이란 걱정 따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덕에 중국 공항에 내려서도 별 두려움 없이 택시를 잡아 타고 프린트 해 온 지사 주소를 보여주고 또 다시 살짝 졸음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한 낮. 따사로운 햇볕. 공기는 그닥 좋지 않은 것 같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울 회사 지사여서 가는 길이 행복했... 그렇다 여전히 치아 교정 중에 일주일에 100시간이 넘는 근무로 지쳐있던 나였기에 출장 중 한낮의 햇살 하나가 그리 행복했다. ㅜㅜ 헐...난 긍정적인 사람이니까 *_*

처음 가본 울 회사 지사는 큰 건물 중 하나의 사무실을 썼는데, 너무 이쁘고 아담했다. 나중에 내가 작게 사무실을 차리면 꼭 이렇게 만들어야지... 싶은. 중국지사 분들도 첨 만나뵙고, 중국으로 파견되신 과장님도 오랜만에 뵙고, 다른 프로젝트로 출장 가 있던 분들과 조우하여 감격... 할 틈도 없이 근무를 시작해서 첫날에 숙소 체크인도 겨우겨우 하고 돌아와 밤을 꼴딱... :) 하아 우리 조카들은 부디 IT쪽으로 오지 않기를...


눈썹 실종, 퀭한 눈, 들어간 볼따구, 10센티 다크써클, 교정중인 입....


2. 하루에 한시간 자기. (쓰러지기 없기)

물론 지난 번 상해 출장 보다야 맘이 편했다. 몸이 편했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새벽 3시든 5시든 전화를 해오는 저쪽 회사 덕분에 밤을 새는 것은 일상이 되어 버리고, 지친 부장님, 과장님, 대리님은 사무실 아무 곳에나 철버덕 쓰러져 기절 하시고(잠의 세계로 ㄱㄱ). 숙소에 들어가서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는 3일의 한 번 꼴로 돌아왔던 것 같다. =_= 그나마도 오래는 못자고 잠깐 눈만 붙이고 나가야 하는 지경.

한 번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땅에 발을 딛는 순간 힘이 안들어가는게 느껴졌다. 그대로 침대옆에 주저 앉아서 '아 놕...' 하고 멍해 있던 일이 있었다. 거의 쓰이지도 않는 숙소를 호텔로 잡아 놓고 있는 것도 영~이라서 나중에는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를 끌고 남자 분들이 머무르시던 지사 숙소로 들어갔다. 그나마 내가 방 하나를 써서 다른 남자분들은 거실 소파서 자기도 하고.... 사무실 바닥이든... 책상 위든... 다들 장소여하에 상관 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잠을 청했다.


한국서도 일주일에 100시간을 훌쩍 넘겨 일했지만(참고로 회사-집 거리 왕복 4시간 거뜬한 이 몸... 고로 한국에서도 잠은 하루 4시간 정도...) 편한 잠이 3일에 3시간... 이쯤 되고 보니 몇 주 지나자 대낮에도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웬만해서는 회사서는 졸지도 않는 체질인데... 컴퓨터 자판을 누르다가도 기절...(무한 Enter를 누르고 있는....) 핸폰들고 테스트하다가 기절...

이런 상태로 부장님과 거래처 지사에 갔다가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부장님께 버그를 설명하던 중 Enter 누르다 잠 드심.(눈 흰자위만 보이는 상태에 무한 Enter 입력중). 몇 초 후 깜짝 놀라 눈 떴는데 옆을 보니 설명 듣던 부장님도 눈 흰자위만 보이는 상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가던 그 회사 사람들은 얼마나 웃겼을까.... orz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맘이 편하니 지난 번 상해와는 달리 먹는 것이 다 맛있었다. 지사장님인 황부장님께서 고기도 사주시고, 지사 분들이 그 동네에서 맛있다 하는 국수집, 일반 음식점 등등을 데려가 주시니 지난 번 보다야 비할 데 없는 식사를 하고 다녔다. 가격도 쌌고. :) 근데 넘 힘들어서 차마 사진을 찍고 다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는 것이 아쉽...



3. 복귀.

하여간 정신 없었던 이 출장도 한달만에 마무리 지어졌다. (우리 비자는 한 달이 지나면 다시 신고를 해야 하는 비자여서 왠만하면 한달이 지나면 국내로 들어와야 한다.) 마무리가 필요하므로 아직 비자가 남아 있는 분들이 남기로 하고 들어왔지만, 들어와서도 여전히 밤샘은 계속... ㅋㅋㅋ 신기한 건 그래도 이 때는 이 고생을 하면서도 회사를 관둘 생각이 이 다음 프로젝트 때만큼은 강력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연타의 위력은 대단. 그러니까 사람에게는 쉴 틈이 필요한 거다. 개발자도 사람인데, 쉴 틈은 주셔야죠. 안 그렇습니까?

같이 고생하시던 부장님께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그래도 폰이 죽는게 낫죠, 사람이 죽는 것 보다야..."

하지만 "갑" 회사야 정반대의 입장이니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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